남편은 다섯 가지 경우로 아내를 섬겨야 하나니,
1. 아내를 존중하고
2. 아내를 얕보지 않고
3. 아내에게 충실하여 믿을 수 있고
4. 아내에게 권한을 넘겨주고
5. 옷과 장신구를 사준다.
아내는 다섯 가지 경우로 남편을 섬겨야 하나니,
1. 맡으바 일을 잘 처리하고
2.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고
3. 남편에게 충실하여 믿을 수 있고
4. 남편이 벌어온 재물을 잘 관리하며
5. 모든 일에 숙련되고 게으르지 않다.
(시갈로와다 숫따, 디가 니까야 31)
사랑하는 이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은 속세인들에게 깊은 의미가 있고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자신과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갈 배우자는 삶을 살아가는데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전에 이곳 한인 불교 커뮤니티에서 주체하는 불자들의 결혼 중매에 관한 일을 도와준 적이 있다. 이곳 미국내의 한인사회는 규모상 작지 않지만 교포 사회안에서 서로 마음에 맞는 결혼상대자를 찾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런데다 그것도 불자들끼리 또는 불자의 자식들끼리 서로 만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 미국에 거주하는 미혼 불자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불자 중매 서비스는 아주 의미있고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올바른 부부생활은 어떠한 것일까? 나로선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붓다는 부인과 아들을 버리고 이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위해 출가했다. 그리고 더 많은 제자들이 잇따라 사랑하는 가족과 편안한 가정을 버리고 출가의 길을 택했다. 그들은 초세속적이고 영원한 행복인 해탈을 위해 영원하지 못하고, 윤회를 거듭하게 하는 작은 세속적 행복을 버려야 했다. 배우자와 자식에 대한 애착은 더 높고 고귀한 출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기에 단호히 버리고 떠나야 했던 것이다. 참으로 어려우면서도 훌륭한 선택이지만 이런 출가자의 길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닐지라. 그러므로 아직 출가의 인연이 없는 이들은 재가자로 살면서 세속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적용해야 할 것이다.
세속에서 살아가는 재가자들에게 가족이란 참으로 소중하면서도 동시에 큰 갈애와 집착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출가자로 살아갈 의지가 없다면 자신의 가족에게 소홀히해선 안되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 자신과 한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혼자로선 힘들고, 외롭고, 고달픈 인생의 길을 함께 가줄 수 있는 동반자가 곁에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럽고 즐거운 일이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배우자는 이번 생에 나와 가장 가깝고 가장 친한 인물이다. 그런 배우자를 아끼고 사랑하며 존중해야 하는데 자신과 너무 가깝고 편하게 느껴지다보니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 그런 배우자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붓다께서는 우리의 몸과 마음(오온)은 일정한 기간 동안 빌렸다가 기간이 다 되면 반납해야 하는 것과 같이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하셨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그러한데 우리의 배우자는 오죽하겠으리.
우리의 몸과 마음이 영원하지 않듯이 우리의 배우자 또한 영원히 곁에 함께 있지 못하고 언젠가는 떠나갈 것이다. 그나마 짧고 불안정한 삶의 여정에서 때로는 행복하고 즐거우며 때로는 슬프고 고달픈 인생의 짐을 함께 나눠주는 배우자는 참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이다.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만 함께 하고 떠나가야하는 배우자의 소중함과 무상한 본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한다. 함께하는 동안에는 배우자에게 사랑과 관심, 정성을 끝없이 베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되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강한 집착과 애욕으로 변해 큰 고통을 불러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참다운 불자라면 사랑과 애욕을 구분할줄 알아야 한다. 강한 애착은 슬픔과 괴로움을 수반한다. 붓다께서는 "생겨나고 생성되면 괴멸하고야 마는 것을 두고 실로 괴멸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라고 말씀하셨다. 진정 붓다의 가르침을 몸소 경험하고 이해한다면 떠나가야 할 인연에게 애착심을 일으켜 비통해하지 않고 모든 존재의 무상함을 직시하고 받아들여 차분히 떠나보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붓다께서는 "자신과 가르침을 귀의처로 하지 남이나 다른 것을 귀의처로 하지 말라" 라고 말씀하셨고 그 방법으로 사념처수행을 가르치셨다. 결국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 자신과 법(가르침) 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오로지 우리 자신(몸과 마음)을 관찰해 지혜가 생길 때 비로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상대와 함께 있어도 메꿀 수 없는 내면의 공백은 정작 우리가 얼마나 혼자인지를 인식시켜 준다. 수행을 통해 남들과 함께 있을 때보다 홀로 머물며 더 깊은 평화와 고요함을 경험할 때 외부대상에 대한 집착심이 사라지고, 즐겁고 괴로운 감정들도 오로지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을 알 때 슬픔으로 인해 이성을 잃거나 광란상태에 빠지지 않고 벗어날 수 있게 되며, 몸과 마음의 관찰을 통해 모든 사물의 무상한 특성을 이해하게 될 때 이별이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 다소 차분히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서로에게 자비와 사랑을 베풀고 애정을 표하는데 인색하지 말되 그런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윤회의 원인이 되는 애욕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붓다의 가르침과 실수행에 의지하여 지혜롭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부부간의 갈등으로 가정불화를 겪거나 결국에는 이혼에 이르는 상황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짧은 시간만 함께 할 인연끼리 서로에게 큰 고통만 안겨다 주고 가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자신과 맞는 배우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그런 배우자와 평생을 행복하고 다정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더 많은 이해와 양보, 그리고 인내심을 요구할 것이다. 모든 상황을 자신의 주관으로 판단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을 때 비로서 상대를 이해하고 화합할 수 있게 된다. 이 세상 모든 부부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사랑하며 화목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인생의 소중한 동반자인 배우자에 대한 나의 소견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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