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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단소리

미국 내의 한국불교

by 흐르는 강물처럼... 2014. 9. 27.



이곳 미국에 한국불교가 정착한지는 약 50년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50년이라는 역사도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50년이라고 결정짓는지 그 정확성을 갖고 이곳 불교계 사람들 사이에서 논쟁이 되고 있다. 미국의 한국불교 역사가 50년이 됬건, 100년이 됬건 진정한 붓다의 수행법이 일반 신도들에게 전파되지 않는 한 솔직히 그 역사가 얼마나 됬는지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승불교권에 속해있는 이곳 한국 선원들은 한국에 있는 기존 사찰들과 다름 없이 짙은 기복신앙의 경향을 띄고 있다. 나로선 그런 기복불교위주로 운영되는 이곳 한국불교계에 크게 실망하였고 그러던 와중 위빠사나 수행을 접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한국불교계에 발길을 끊게 되었다. 솔직히 나에겐 '한국불교'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느껴진다. 담마에 어디 '한국불교', '일본불교', '미국불교'라고 국적을 따지며 구분할 수 있겠는가? 물론 상좌부불교나 대승불교, 그리고 밀교는 엄밀히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 이론과 수행법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곳의 한국 선원들이 전통 수행도량은 못 될지라도 각박한 이민생활에 지친 한인 교포들에게는 충분한 삶의 쉼터 역할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법 신도들이 많고 기반이 잡힌 선원들은 매주마다 열리는 법회를 비롯해 신도들의 친목을 다지는 산악회, 골프회,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한글학교, 여름 캠프, 한국 템플스테이 경험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교포불자들끼리 만나고 어울리며 힘든 이민생활의 피곤함을 달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흐뭇한 일이다. 특히 교포 2세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정체성 확립을 위해 불교상식과 더불어 한글과 우리 문화와 예절을 가르치는 한글학교와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들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이곳 미국의 한국선원들은 교포불자들에게 단순한 선원의 차원을 넘어 교포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문화활동의 중심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같은 불자로서, 그리고 같은 교포로서 이런 선원의 역할중요성을 나 또한 충분히 인식한다. 



담마의 정수를 맛보기 위해선 실수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 한국불교계가 하루 아침에 위빠사나 근본도량으로 탈바꿈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게 될 수도 없고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기존 신도 90% 이상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왜냐면 수행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원래 적고, 실지로 수행을 하려는 사람은 더더욱이 적기 때문이다. 예전에 위빠사나 수행을 하신 한국스님이 이곳에 포교하러 오신 적이 있었다. 이 스님 말로는 처음에는 전형적인 수행도량을 운영하려고 했으나 실제상황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도 이 스님이 운영하시던 선원에 자주 나갔었는데 위빠사나 수행 프로그램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스님의 바램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이 선원도 또 하나의 기복 사찰로 하락하는 것을 보며 내심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주일에 한 두번 있는 위빠사나 수행반에 기껏해야 10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모이는데 그들의 보시금으로만 한달에 수천불에 달하는 선원의 모기지를 갚아 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양한 기도와 제사 행사를 치루어야 운영비가 충당되기 때문에 결국 기복불교가 우선시되고 수행은 뒤로 물러나게 된 것이었다. 참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기복불교가 붓다의 근본 가르침이 아니라고 비판한들 그런 기복불교를 무 짜르 듯이 잘라낼 수도 없다. 한국불교계에서는 그런 기복불교가 수백년 동안 진행되왔고 그리고 아마도 계속해서 지속될 것이다. 그러면 이곳 한국 불교계가 어떻게 하면 붓다의 수행법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진정한 수행도량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현재 상황으로선 만약 상좌부불교의 스님이 이곳 미국 교포사회 내에서 따로 선원을 개원해서 교포불자들을 상대로 오로지 위빠사나 수행지도만 한다면 얼마 못가 문 닫을 것이 뻔하다. 한국 같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한국과 사정이 다르다. 이것은 오로지 나의 생각이지만 상좌부불교와 위빠사나 수행이 이곳 한인 불자들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이곳 한국불교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그 전에 한국 대승불교계와 한국 상좌부불교계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곳 미국의 한국불교계가 상좌부불교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때 이곳 교포불자들에게 상좌부불교와 위빠사나수행이 제대로 보급될 것이다. 


사진: 장엄사 집중수련회 (9/19/14 ~ 9/28/14). 왼쪽에 앉아있는 분이 Upāsikā Shih Zhen, 그옆 오른쪽은 주지스님


지난 주말에 장엄사에서 열린 집중수련회에 다녀 왔다. 수련회 기간은 10일이지만 사정상 주말만 수행하고 돌아왔다. 이번 수련회는 Upāsikā Shih Zhen 이 지도를 맡았는데 이분은 한 70대의 대만 여성 재가자로 소문에 의하면 41세에 처음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비록 늦깎이 수행자이지만 수행을 시작한 후 상당히 깊은 체험을 했고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에서 순수 위빠사나와 사마타-위빠사나를 두루 수행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비구와 비구니들을 포함한 천명이상의 수행자들을 대만과 말레이시아에서 지도 했고 이번 수련회를 지도하러 대만에서 여기까지 오셨다고 한다. 수련회를 개최한 장엄사는 대만계의 전통 대승불교 사찰이다. 그럼에도 이곳에선 이번 위빠사나 수련회가 처음이 아니고 수련회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어떤 이들은 이 수련회에 참가하려고 대만에서까지 왔단다. 수련회 참가자들은 대부분이 중국계 이민자들이고 대승불교도들이었다. Upāsikā Shih Zhen 또한 중국인이며 법문과 수행지도를 중국어로 하고 주지스님이 영어통역을 맡았다. 내가 보기엔 참가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영어를 잘 못하는 이민1세들이고 이들은 영어가 안되 미국인들이 운영하는 집중수행처에는 가질 못한다. 그런 이들이 이렇게 수행력이 깊은 스승으로부터 자신들에게 가장 편한 모국어로 수행지도를 받을 수 있고, 이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과 이들에게 편하고 익숙한 선원 분위기 속에서 이렇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나로선 이 중국불자들과 우리 한국 교포불자들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포불자들도 이들 중국인들과 다름없이 언어장벽 때문에 미국집중수행처에는 갈 생각도 못한다. 기복불교에 갖혀있는 한인불자들은 언제나 한국스승에게 한국어로 이런 수행지도를 받아볼 수 있을까? 참 안타까웠다. 



장엄사는 전통적인 대승불교사찰인데 어떻게 이렇게 성공적으로 위빠사나 수련회를 개최할 수 있었을까? 현재 주지스님은 대만인이지만 미얀마에서 파욱의 사마타수행을 했고 상좌부불교에서 비구계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주지로 있으니 위빠사나나 사마타 수련회를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장엄사는 대규모의 사찰이고 신도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니 수련회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이미 갖추어줬고 새로운 상좌부불교의 수행법을 가르쳐줄 수 있는 신도들도 많이 있으니 수련회를 성황리에 개최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한 갖추어 졌다. 이곳 한국불교계에서는 상좌부불교에서 비구계를 받은 스님은 없지만 스님들과 신도들이 합세하여 한국에 있는 위빠사나 스승을 초청해 1~2주 정도의 수련회를 일년에 한두번 진행해 보는 것이 매우 좋을 것 같다. 만약 한국불교계에서 마땅한 집중수행장소가 없다면 타민족 불교계의 수행처를 빌리던지 하다 못해 교회 수양관을 빌려서라도 수행기간 동안 만은 참가자들이 수행처 내에서 숙식하고 묵언정진하며 오로지 수행에만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짧은 기간이라도 이곳 교포불자들이 이렇게 집중수행을 해볼 수 있다면 이런 경험을 통해 그들이 실수행과 인연을 맺게 될 것이다. 일단 수행에 발을 들여놓으면 수행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과 서적을 통해서 접할 수 있기에 수행의 끈을 놓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 그리고 해마다 이런 집중수련회가 계속해서 있다면 그런 수련회를 통해 이들의 수행이 더욱 향상될 것이다. 



미국내의 한국불교계는 한마디로 상좌부불교와 위빠사나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하다. 하지만 위빠사나 수행의 위력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이곳 한국불교계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기복에만 매달리지 말고 실수행을 포함시켜야 한다. 그런 실수행 지도를 맡을 마땅한 인물이 여기에 없다면 한국에서 초청을 해서라도 이곳 한인불자들이 수행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비록 상좌부불교와 대승불교가 이론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서로 적대시하고 대립하지 말고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여 서로간의 차이는 인정하되 함께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존의 대승불교내에서도 불자들이 위빠사나 수행과 상좌부불교의 교학을 접할 수 있을 때 불자들의 지식과 수행력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며 그런 유식한 불자들이 많아질 때 이곳 한국불교계는 진정한 발전을 이룩할 것이다. 














행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Upāsikā Shih Zhen




이번 수련회에는 80여명의 수행자들(비구, 비구니 제외)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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