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불교가 소개 된지는 100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 주류사회에선 아직도 불교는 생소하고 낯선 동양의 신비스러운 종교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소수의 상류층 엘리트 불교도들만이 불교를 제대로 배우고 수행할 뿐 미국일반시민들에게 불교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최 근래 미국 의료계에서 명상의 탁월한 치유능력이 인정되며 명상의 효과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의료계에 명상의 효과를 알린 장본인은 존 카벳 진의 MBSR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이라고 볼 수 있는데 MBSR은 70년대 위빠사나 수행자인 존 카벳 진이 명상의 치유능력을 미국의료계에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명상이 우울증이나 암 치료 후 생기는 부작용과 각종 질병에도 탁월한 치유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면서 많은 병원에서 치료프로그램으로 도입했고 그 후 대기업, 학교, 그 외 다양한 공공기관에서도 명상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있다. 명상의 효과에 대해 TV에서도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유명 인사들이 자신들이 명상으로 얻은 혜택을 책으로 내는 등 미국주류사회에서 명상은 이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를 보고 불교가 본격적으로 미국주류사회에 전파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면 아직까지 미국인들에게 명상은 오로지 스트레스 감소나, 통증치료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현재 하는 명상수행이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음에도 불교의 역사와 배경은 빼버리고 의료계에서 인정하고 과학으로 증명된 명상의 효력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이유는 종교와 신앙적 냄새를 풍기지 않아야 현대인들이 종교적 압박이나 부담 없이 명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붓다의 깊고 넓은 가르침에서 명상하는 방법, 즉 “테크닉”만 따와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게 활용하겠다는 뜻인데 이는 불법을 세속화하고 희석시킨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은 붓다가 누군지, 팔정도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아예 관심조차 없다. 그리고 명상은 긴 시간을 투자할 필요 없이 하루에 고작 10~20분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그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등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갈애와 무명을 밑바탕으로 한 삶 속에서 끊임없이 감각적 욕망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정작 무엇이 괴로움의 근본원인인지 그 뿌리를 파악하고 제거하여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현대인들의 비위에 맞춰가며 명상을 그저 또 하나의 취미 정도로 홍보하고 있다. 물론 당연히 이런 명상의 세속화를 바라보는 미국 불교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진지한 미국수행자들은 이런 세속적이거나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적인 차원에서만 담마를 가르치는 것을 "watering down the dharma" 라고 표현한다. 이는 깊고 심오한 붓다의 수행법을 희석한다는 뜻인데 이것은 미국인들이 운영하는 많은 위빠사나 수행처들이 갖고 있는 큰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행력이 높은 소수의 미국인 수행자들이 이에 불만을 품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수행을 보다 높고 깊은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이들은 현재 미국 일반인들에게 대중화되고 있는 명상법에 대해선 대부분 비판적이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 이유는 비록 세속적인 차원에서 명상을 접하는 것이 깊은 경지로 들어갈 수는 없을지라도 그나마 일반인들이 지금 현재 머무르며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육체적 정신적 반응을 저항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차분히 관찰하는 습관을 들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발전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선 나도 공감한다. 비록 미국 일반인들이 불교의 교리가 빠진 세속화된 반에 반쪽짜리 담마를 접하더라도 이들이 직접 자신의 내면을 성찰한다는 것은 담마의 본질을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이는 불교를 교학으로만 접하거나 또는 불교를 기복신앙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불교를 포교하는 차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이런 세속화된 명상법을 계기로 얼마나 많은 미국일반인들이 진정한 수행의 길로 인도될지는 의문스럽다. 설령 진정한 수행자의 길로 인도될지라도 그런 사람은 아마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어느 분야이건 그것을 대중화시킨다는 것은 다수의 성향에 맞게 교정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 본질을 희석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에는 불교명상도 제외는 아니다. 불교의 신앙적 요소에 많은 미국 일반인들이 거부감을 느낄 것 같아 제외했다고 하지만 사실 붓다의 가르침을 접해보면 너무나 논리적이고 현실적이어서 거부감을 느끼거나 반박할 수가 없다. 물론 우리가 볼 수 없는 불교의 우주관이나 그 외 신비적인 부분들은 일반인들이 다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라도 그들이 배타적이고 편협한 사고방식을 갖지 않았다면 불교의 핵심교리에는 수긍할 것이다. 왜냐면 붓다의 가르침이란 오직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고 어느 누구 그런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왜 미국일반인들이 불교에 거부감을 가지는가? 그들이 무종교인이나 타종교인 이라서 “불교”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종교적 테두리에 갇히기 싫어서일까? 또는 미국인들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 때문인가? 표면적인 수준에서 볼 땐 그렇게 보일지라도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삶이란 진정 고통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분과 나이를 떠나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실이다. 우리의 삶이란 표면으론 기쁨, 행복, 슬픔, 절망 등이 매순간 교차하지만 그 근원은 괴로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런 덧없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절실함이 있어야 진정으로 수행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간절함, 절실함이 없는 사람에게 불교는 그저 철학에 불과할 뿐, 물론 수행에 대한 존경심은 가질 수 있더라도 실질적인 수행을 하는데 까지는 마음을 내지 못한다.
세계를 불국토화 하겠다는 개념은 나에게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목표는 거창하지만 현실상 그것은 한마디로 허황되고 무모한 바램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주변을 돌아봐도 사람들이 불법을 만나 수행을 하게 되기 까지가 얼마나 드문지 쉽게 인식할 수 있다. 불자들의 경우 일반 불자들 수는 많아도 그중 직접 수행에 매진하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설령 출가자들도 진지하게 수행만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위빠사나의 강국으로 알려진 미얀마에서도 실제로 수행하는 스님들은 스님들 전체 인구의 10%에도 못 미친다고 들었다. 그러니 실로 수행하는 사람들은 지구의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누구나 수행을 하면 혜택을 얻을 수 있지만 아무나 수행에 접근하지를 못한다. 한마디로 인연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사회에서 불고 있는 명상바람이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을 진정한 수행의 길로 접어들게 할진 모르겠고 솔직히 나로선 관심도 없다. 예전에는 수행과 인연이 되는 서양인들이 직접 동양으로 찾아와 수행을 배워 갔다. 지금은 다행히 서양에도 수행처들이 많이 생겼고 정보통신도 발달돼 수행에 관한 정보를 집을 떠나지 않고도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제는 누구나 수행에 관심이 있다면 보다 쉽게 수행을 접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추어졌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보다 더 많은 수행처들이 생기면 더욱 좋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이번 생에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조건들이 이루어져 가능한 것이다. 바른 수행법, 훌륭한 스승, 수행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 등 수행을 하기에 필요한 여러 조건들이 따른다. 우리는 수행한다는 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 수행과 인연이 없고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이 맞지 않아 수행을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선업의 공덕 때문이라고도 한다. 우리처럼 진지하게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가 이렇게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진정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최대한으로 활용해 이번 생에 수행이 주는 최상의 혜택을 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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