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등산을 다녀왔다. 어제는 월요일이라 주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찜짐해 그냥 하루 제끼고 훌쩍 산으로 떠났다. 이번에 간 곳은 Giant Ledge 라고 캣스킬 (Catskill) 산맥에 속해있는 산이다. 캣스킬 산맥은 집에서 한 2시간 15분 ~ 30분 정도 거리에 있기에 자주 찾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요근래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온 캣스킬 산 사진을 보니 지금 안 가면 단풍 절정기를 놓칠 것 같아 지난 주말에 가고자 계획 했었으나 사정이 생겨 못가고 말았다. 지난 주말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 토요일, 일요일 이틀 다 아무데도 못가고 집에서 보냈던 것이 답답하고 억울해 그 다음 날 월요일 무작정 떠났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다른 등산객들의 차들로 만원이 되어 하는 수 없이 등산로 입구에서 좀 떨어진 길 옆에 간신히 차를 세워야 했다. 캣스킬 산에는 예전에 온적이 몇번 있지만 오늘 등산할 Giant Ledge 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Giant Ledge 산에서는 등산한 적이 없지만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온 사진 한 장만 보고 이곳으로 오기 결정했다. 등산을 시작하니 위 사진에 보이듯이 코스가 가파르고 돌이 많아 올라가는데 다소 힘이 들었다. 그런데다 산 정상에 도달하기 까지 등산 코스의 경치가 너무 지루하고 볼 품이 없었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여기에 오게 됐지만 다음엔 다시는 안 와야지!' 하고 다짐하고 정상으로 향했다.
어떤 이는 캣스킬 산맥에 산삼 캐는 재미로 다닌다는데 어디에 산삼이 나는지 물어봐도 절대 안 말해준다. 어차피 알려줘도 내가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일기예보에는 비가 온다는 말이 없었는데 어째 올라갈 수록 점점 먹구름이 끼며 어두워지는지? 이래선 안 되는데 ㅜ.ㅜ 등산을 하며 땀이 나고 숨이 가뿐 상태에서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래서 마스크를 한손에 쥐고 등산을 했고 다른 등산객들과 마주칠 때 곧바로 마스크를 착용했다. 많은 등산객들과 마주쳤고 그들과 마주칠 때마다 일일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것이 참 번거로웠다. 하지만 안전상 어쩔 수 없었다.
아는 스님의 말씀으로는 "한국 단풍은 강렬한 빛을 띠고 산천을 수놓은 한 폭의 그림 같은데 미국 단풍은 산 전체가 은은한 느낌을 주는 수채화 같다" 하셨다. 난 기왕이면 강렬한 빛을 띤 산천을 수놓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한국 단풍을 선호한다. 지금 아니면 단풍 절정기를 놓칠 것 같아 이렇게 부리나케 찾아 왔는데 물론 날씨 탓도 있겠지만 뉴욕 단풍은 이 정도가 절정기인 거 같아 좀 아쉽다.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가하면 "올라가지 못하는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라는 속담도 있다. 어느 말이 더 정확할까? 둘 다 훌륭한 가르침이지만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파악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속담도 도움이 될 수 없다.
요근래 나름대로 추진하던 일이 있었다. 사실 이 일을 시작한 건 작년 여름부터 였지만 연속으로 난관에 부딪히며 일이 수포로 돌아가곤 했다. 좌절과 실망으로 한동안 손을 뗐다가 다시 시도해 보고 그러다 또 같은 난관에 부딪히고 그러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과 도전정신을 갖고 이번에 좀 되겠지 하고 시작했다가 또 난관에 부딪혀 일이 또 다시 중단되었다. 이렇게 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계속 일이 중단되니 낙담과 절망으로 마음이 지쳐 더 이상 일을 추진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졌다. 수행은 여전히 내 하루 일과중 하나이지만 이번에는 바깥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마음을 달래보고 싶어 등산을 택했다.
어떤 일을 추진해도 계속해서 그 일이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상황에 따라선 끈기와 용기를 갖고 성과를 이루기까지 포기하지 말고 계속 밀어부쳐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해도 자꾸만 일이 막히면 그땐 이것을 하나의 경고로 받아 들여야 할 때가 있다. 계속해서 일이 중단되고 난간에 부딪히면 그땐 내가 지금 추구하는 일이 올바른 것인가? 하고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을 하나 하나 분석하고 더 나아가 일을 처음 시작했던 시초로 되 돌아가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 자신이 추구하는 일이 탐욕이나 잘못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또는 나름대로 좋은 의도로 일을 시작했지만 자신의 일이 남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면 그런 일은 미련없이 포기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추구하는 일이 남에게 아주 미세한 차원에서 해를 끼치게 되고 정작 자신이 그것을 인지한다면 그 일은 당장 포기해야 한다. 수행하는 사람이 자신의 행위가 나쁜 것임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나쁜 행위를 하는 경우는 없다. 왜냐면 수행자는 남은 물론 자신을 속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행을 하다보면 자신의 양심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구역질나는 것인지 알게 된다.
또는 이런 경우도 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이 남에게 미세하게나마 해를 끼치게 되는데 정작 자신은 그것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는 나쁜 의도를 갖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가 그 일을 하므로 남에게 해를 끼치게 되고 그 결과 불선업을 짓게 된다. 그런데 만약 이 사람이 조금이라도 선업의 공덕이 있다면 법(法)이 알아서 그가 하는 일을 중단시켜줄 때가 있다. 그 결과 자신이 일을 추진하고자 아무리 노력해도 일이 계속해서 꼬이고 막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상황은 자신이 더 이상 불선업을 짓지 않도록 법이 알아서 보호해 주는 것이다. 수행을 안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슷게 소리로 밖에 안 들리겠지만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절실히 와닿는 말이다. 아마도 지금 내 상황이 이 경우에 속하지 않는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이번 일로 잠시 마음이 어지러웠지만 금새 회복했으며 이로 인해 삶을 더 깊이 관조하며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수행을 하면 집착과 욕망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지만 동시에 재가자로 살아가며 의욕을 전혀 안 일으킬 수 또한 없다. 모든 의욕이 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아니, 의욕은 필요하다. 하지만 바른 견해와 생각에서 비롯된 바른 의욕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행은 그것을 가능케 해준다.
원래 계획대로는 Giant Ledge Mountain 을 지나 더 북쪽에 위치한 Panther Mountain 까지 가려고 했으나 하늘이 점점 흐려지고 또 Panther Mountain 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할 때 해가 저물기 전에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Giant Ledge Mountain 에서 전망대 몇군데 더 들른 후 하산하기로 했다. 등산하다 만난 미국인 커플도 Panther Mountain 까지 갔다 되돌아 오는 것은 무리가 될 것 같아 도중에 하산하기로 했단다.
처음 출발할 때는 날씨가 맑았는데 산에 도착해 등산을 하다 보니 날이 많이 흐려졌다. 날씨만 좋았다면 사진이 정말 잘 나왔을 텐데 참 많이 안타까웠다. 그래도 오랜만에 등산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기분이 참 좋다. 이번 가을에는 등산을 더 많이 할까 생각해 본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요새 코로나 땜에 사람들이 다들 야외로 많이 나가기에 좀 유명한 산에는 등산객들로 넘친다. 그러니 등산을 가더라도 마스크는 꼭 챙겨야 할 것 같다. 이번 등산할 때 다른 등산객들 만날 때마다 마스크 꼈다 벗었다 하느라고 번거로웠는데 언젠가는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등산하고 생활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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