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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담마

상기 (上氣)

by 흐르는 강물처럼... 2012. 1. 19.

   

 

 

 

명상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상기를 경험하는 몇몇 수행자들이 있다. 상기란 말 그대로 기가 위로 뻗친다는 건데 좌선을 하다보면 온 몸의 기가 머리로 뻗쳐 머리가 욱신거리고 폭발할 것처럼 팽창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 느낌은 매우 거북하고 괴로워 그 상태에선 대상을 제대로 알아치리기가 매우 어렵고 수행을 지속하기에도 매우 힘이 든다.

 

 

상기가 나타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고 각 명상수행법마다 그 나름대로의 대책방법이 있겠지만 여기선 위빳사나수행중에서 겪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내가 적용한 해결법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상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은 집중을 너무 지나치게 하는데 있다. 나는 마하시전통의 위빳사나수행을 하면서 그전에 다른 수행법에서 경험했던 상기현상이 재발해 더 악화되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상기를 겪어야 했던 이유는 마하시전통의 수행법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옯바른 수행방법을 지도받지 못해서였다. 난 현재도 마하시전통의 순수 위빳사나수행을 하고 있다. 마하시전통의 수행법을 통해 많은 혜택을 얻은 것은 나로선 부정할수 없지만 스승이 수행을 지도할 때에는 수행자들의 차이점과 특성을 살펴 각 개인에 맞는 방식으로 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마하시방식의 수행법은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호흡 (배의 움직임)을 주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스승들은 인터뷰 때 배의 움직임을 잘 봤는가, 거기서 무엇을 봤는가, 잘 보지 못했다면 더 자세히 볼 것을 항상 강조한다. 꼭 호흡만이 관찰대상은 아니지만 호흡과 호흡으로 인한 몸의 반응 (예: 배나 가슴의 움직임, 코 부분에 호흡이 부딫히는 당처) 은 항상 있어 다른 대상보다 관찰하기 편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흡관찰이 편히 잘 된다면 전혀 문제가 없겠지만 나의 경우는 약간 달랐다.

 

 

나에게 호흡관찰은 별로 어렵지가 않았다. 코로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당처를 보건 아니면 배의 움직임을 보건 대상을 관찰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난 원래 좀 감각이 예민한 편이라 수행시 몸의 감각들이 매우 잘 느껴졌다. 그런 몸의 감각은 호흡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스승들은 항상 배 관찰을 요구해 난 배를 관찰해야만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줄 알아 몸에서 일어나는 그 선명한 감각들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배의 움직임만 관찰했다. 단 한 순간, 한 찰나도 놓치지 않겠다고 맹렬하게 집중을 해댔다. 그래서 꾸준히 배의 움직임만 관찰하다보니 차츰 머리가 조금씩 당겨지며 거북한 느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무시해 버리고 계속해서 강력하게 배 관찰로 밀어 부치다 보니 나중엔 머리통이 곧 폭발할 화산처럼 팽창되고 열로 가득 찼으며 나중엔 온몸의 뼈속까지 통증이 퍼져 뼈가 다 갈라질 것 같은 상태에 다다랐다. 더 이상 수행을 지속하기가 힘들어 스승들에게 나의 상기현상에 대해 설명하면 왜 그럴까? 하고 의아해 하고 좀 불편하더라도 계속 배를 관찰하라던지 아니면 그 거북한 느낌도 무상하니까 언젠가 없어지겠지... 그런 다음 다시 배로 돌아와 관찰을 지속하라고 할 뿐 그 분들도 상기의 대책방법에 대해 잘 모르는 듯 했다. 하지만 상기로 인해 일어난 거북한 느낌은 그저 알아차린다고 쉽게 가라 앉지 않는다. 상기의 원인을 제대로 알고 그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상기는 쉽게 떠나질 않는다.  

 

 

해결방법을 몰라 나 혼자 끙끙 앓고 힘들어하던 중 다행히 우 카빈다 스님 (U Kavinda Sayadaw) 을 만나면서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스님은 꼭 호흡만 관찰대상으로 보질 말고 몸에서 가장 두드러진 감각을 주대상으로 삼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상기로 발생된 불편한 느낌에서 어느 부분이 특히 더 강력하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그 부분에서 변화를 볼 수 있는지 면밀히 관찰하라고 하셨다. 그로인해 나의 복부관찰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릴 수 있었고 그 후부터 머리속의 거북한 감각들을 주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다보니 차차 머리에 찬 기(열)가 서서히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고 머리속의 거북한 느낌이 하나의 작은 덩어리로 굳어버리다 진동과 함께 낱낱히 분열되어 사라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난 상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그때서야 제대로 수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 한국위빳사나선원의 묘원법사님의 가르침과 수행경험담을 접하면서 법사님도 수행도중 상기를 경험하시고 극복하신 것을 알았다. 묘원법사님은 상기에 대한 경험을 더 자세히 밝혀 놓으셔서 상기의 원인과 해결방법에 대해 더 정확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법사님의 상기에 대한 경험담은 예전에 상기로 고생했던 나에게는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는 듯이 너무도 명쾌하고 시원했다. 나는 묘원법사님을 아주 아주 존경한다. 우 카빈다 사야도와 묘원법사님이 아니었더라면 난 아마 아직도 상기를 해결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두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수행법을 잘못 받아드린 댓가로 상기로 고생해야 했던 것은 나의 책임이겠지만 여기서 한가지 밝히고 싶은 것은 수행의 높고 낮은 경지를 떠나 스승이 상기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상기로 고생하는 제자에게 해결방법을 제시해 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접해본 미얀마 스님, 한국 스님, 스리랑카 스님, 미국 법사 모두들 나에게 상기 해결법을 알려줄 수 없었다. 나의 경우 상기가 생긴 이유는 집중을 너무 지나치게 힘을 주면서 해서였다. 내가 상기를 해결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상기가 체험되면 먼저 얼굴이나 목을 관찰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2, 얼굴과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을 알아 차리면 힘을 주는 것을 즉시 멈춰 더 이상 힘을 가하지 않는다.

 

3. 그런 후 상기로 인해 머리안에서 느껴지는 팽창되고 거북한 느낌을 주대상으로 삼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어느 부분이 특히 더 두드러지는지 거북한 느낌안에서도 강하고 약한 변화가 느껴지는지 느낌과 싸우지 않고 면밀히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4. 머리 속에서 거북한 느낌이 현저히 줄어든 후 다른 강한 대상이 나타나면 그 대상을 관찰한다. 그러다 다시 상기가 일어나면 위에 적힌 과정을 반복한다.

 

 

상기의 느낌은 상당히 거북해 수행자들에겐 하나의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애도 올바른 수행방법을 이용해 관찰하면 그런 불편하고 괴로운 느낌에서도 삼법인(무상 고 무아) 의 특성을 통찰할 수 있어 우리의 수행은 한결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예전에 아는 도반이 똑같이 상기때문에 집중수행할 때 고생했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 사람도 수행하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너무 강하게 집중하다 상기가 일어나 수련회가 끝날 때까지 수행도 제대로 못하고 고생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내가 활용한 방법을 제시해 주었는데 그 후 만날 수가 없어 그가 상기를 해결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상기 때문에 고생하는 수행자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짧은 나의 경험담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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